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솟아 오르는 분노의 주먹을 쥔다.
차가운 날
한 뼘 무덤조차 없이
언 강
눈바람 속으로 날려진
너의 죽음을 마주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곁에 맴돌
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
우리는 입술을 깨문다.
누가 너를 앗아갔는가!
감히 누가 너를 죽였는가!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우리.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너는 밟힌 자가 될 수 없음을.
끝까지 살아남아 목청 터지도록 해방을 외칠,
그리하여 이 땅의 사슬을 끊고 앞서 나아갈 너는
결코 묶인 몸이 될 수 없음을.
너를 삼킨 자들이
아직도 그 구역질 나는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이 땅, 이 반도에
지금도 생생하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너,
철아!
살아서 보지 못한 것
살아서 얻지 못한 것
인간, 자유, 해방
죽어서 꿈꾸어 기다릴 너를 생각하며
찢어진 가슴으로 네게 약속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 땅
너의 죽음마저 거짓으로 묻히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말하리라.
빼앗긴 너를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일어서서 말하리라.
오늘의 분노,
오늘의 증오를 모아
이 땅의 착취,
끝날 줄 모르는 억압,
숨쉬는 것조차 틀어막는 모순덩어리들
그 모든 찌꺼기들을
이제는 끝내주리라.
이제는 끝장내리라.
철아!
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우리의 동지여.
마침내 그 날,
우리 모두가 해방춤을 추게 될 그 날,
척박한 이 땅, 마른 줄기에서 피어나는
눈물뿐인 이 나라의 꽃이 되어라.
그리하여
무진벌에서, 북만주에서,
그리고 무등산에서 배어난
너의 목소리를 듣는 우리는
그 날,
비로소 그 날에야
뜨거운 눈물을 네게 보내주리라.
2025년 1월 12일 일요일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박종철열사 38주기 추모제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