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솟아 오르는 분노의 주먹을 쥔다.

 

차가운 날

한 뼘 무덤조차 없이

언 강

눈바람 속으로 날려진

너의 죽음을 마주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곁에 맴돌

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

 

우리는 입술을 깨문다.

 

누가 너를 앗아갔는가!

감히 누가 너를 죽였는가!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우리.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너는 밟힌 자가 될 수 없음을.

끝까지 살아남아 목청 터지도록 해방을 외칠,

그리하여 이 땅의 사슬을 끊고 앞서 나아갈 너는

결코 묶인 몸이 될 수 없음을.

 

너를 삼킨 자들이

아직도 그 구역질 나는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이 땅, 이 반도에

지금도 생생하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너,

철아!

 

살아서 보지 못한 것

살아서 얻지 못한 것

인간, 자유, 해방

죽어서 꿈꾸어 기다릴 너를 생각하며

찢어진 가슴으로 네게 약속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 땅

너의 죽음마저 거짓으로 묻히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말하리라.

빼앗긴 너를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일어서서 말하리라.

 

오늘의 분노,

오늘의 증오를 모아

이 땅의 착취,

끝날 줄 모르는 억압,

숨쉬는 것조차 틀어막는 모순덩어리들

그 모든 찌꺼기들을

이제는 끝내주리라.

이제는 끝장내리라.

 

철아!

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우리의 동지여.

마침내 그 날,

우리 모두가 해방춤을 추게 될 그 날,

척박한 이 땅, 마른 줄기에서 피어나는

눈물뿐인 이 나라의 꽃이 되어라.

그리하여

무진벌에서, 북만주에서,

그리고 무등산에서 배어난

너의 목소리를 듣는 우리는

그 날,

비로소 그 날에야

뜨거운 눈물을 네게 보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