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창간에 부치는 각계의 한마디 / 응어리진 가슴 풀어줘야

우리 가족만큼 기존 언론에 환멸을 느껴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당초 사고기사 정도의 보도에서는 우리 철이가 왜 죽어야만 했던가,그리고 누가 그런 상황을 만들어냈는가 하는 의문은 풀려지지 않았다. 알고자 해도 왜곡된 보도내용과 정부기관의 차가운 눈초리에 주눅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여지껏 나는 조간 둘과 석간 둘을 매일 읽다시피 해왔다. 똑같은 해설과 기사, 게다가 같은 글 재주. 행여 딴말하다가는 큰일나는 듯했다. 지난 날 많은 해직 언론인들이 생긴 이유를 이해할 만했다.

이 땅의 민주화를 가로 막은 것은 독재정권만이 아니라 제도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 이제 한겨레신문이 민중의 응어리진 가슴을 풀어주어야 한다. 한겨레신문이 눈멀고 귀막히고 혀마저 잘려버린 민중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창간호에 이어 매일매일 집집마다 한겨레신문이 배달되면서 이 땅의 잡귀들이 여지없이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창간을 위해 노력해 오신 여러분들의 계속적인 건투를 빈다. 앞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 길이길이 빛나는 신문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민중의 멋진 한풀이 마당의 구실도 다해주기 바란다.

박정기 /59·고 박종철씨의 아버지·부산시 사하구 괴정1동 240-80

1988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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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legacy/legacy_general/L389994.html?_fr=st2#csidx5e43cc04aa5de5bbc1904b767700932 

1995년 6월 8일자 한겨레 기고

1998년 12월 29일자 한겨레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