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8일
막내 14주기가 다가온다. 경찰에서 공개한 건 509호실뿐인데, 이마저도 가족이 막내가 죽어간 현장에서 종철의 넋을 기리기 위해 당국에 민원을 냈다. 아직도 민초의 피부에 와닿는 민주화는 요원한 것 같다. 가족의 순수한 뜻을 참작할 정도의 정치적 도덕이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은 또 한 번 변화되어야 할 일이라고 하겠다. 역사의 현장을 감추면서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말인가. 이런 작태를 바로잡을 수 있을 때만 민주사회가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수뇌부는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민생에 다가가는 민주주의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 6명 명동 단식장에 가다. 부위원장 박종운 말.
2001년 1월 9,10일 송수경 기자와 대화 유가협 15차 총회
남영동. 막내가 끝내 입을 다물고 그들에게 목숨을 잃어가면서까지 독재 무리에 굴하지 않았던 곳. 이미 15년 전 막내가 숨져간 그 자리를 경찰이 불허했다는 결정에 송수경 연합뉴스 기자가 사업회 사무국장과 숙의해 경찰 당국으로부터 방문을 허용한다는 결과를 얻어내었다. 막내의 한이 서린 그때 그곳을 확인해보고, 역사적으로 고찰한다는 뜻으로 가족 단위로나마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는 어떤 자랑도 아니고, 매체를 통해 널리 알리겠다는 식의 목적이 전혀 아님을 말하고 싶다. 509호실이 원 상태 그대로 보존된다면 이는 후대 역사교육을 위한 현장은 물론이거니와 지난 50년간 한국의 민주화가 겪었던 격동의 발자취가 될 지언데, 어디 종철이 죽음 하나 갖고만 탐방하자는 뜻이 아니었음이다. 종철이가 스러져 간 그때 그곳을 직접 확인하고, 어머님 아버지 형님 누나 형수를 사랑하는 종철의 영혼을 만나 뜻을 전하고자 함이다.
1월 12일 10:00~12:00 두 시간 동안 스님과 방문 위로가 허용된다고 해서 종철을, 종철의 죽음을 아쉽게 생각해본다
2001년 1월 11,12일 서울대 초청강연 제14차 막내 추모를 상기시킨 남영동
서울대 총학 제14차 막내 추모 추진팀이 주관해서 한국 운동의 미래를 주제로 301호 강의실에서 강연을 가졌다. 20명 정도의 학생들은 종철을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바쳤던 소신 있는 학생이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운동권이다, 비운동권이다 하는 구분 없이 활동에서 요구하는 정의감은 하나라고, 운동권이 혹은 비운동권이 답이라는 식은 없다고 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교육이나 사회 정의를 위한 운동이나 모두 나라와 국민을 위해야 한다.
12일 남영동 그때 그 자리를 발표한 일이 있다. 북한에 5박 6일 일정으로 다녀온 직후의 일이었다. 26일 사업회 이름으로 경찰청에 현장공개 민원을 넣었다. 경찰은 예상대로 불허했다. 정치적으로 많이 민주화되었다고 하나 권력의 층위에서는 조금도 바뀐 것이 없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연합통신 송 기자와 사업회 실무팀이 끈질기게 매달린 덕에 12일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가족과 스님이 509호실에서 막내의 혼을 달랠 시간을 받아 내었다. 범진 스님, 백우 스님, 보도취재기자와 다수의 카메라 등 20여 명이 들어갔다. 뒤늦게 장영달 의원도 도착했다. 들어오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동완 목사님은 꽃바구니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격분한 마음을 억누르고 염불 소리에 마음을 끝내 힘들게 가라앉히는 데까지가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장 의원이 오시는 바람에 한바탕 감정을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 가슴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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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슈추적]박종철군 14주기 ‘남영동 위령제’ 끝내 못여나 (2001-01-07)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10107/7631653/1
연합 송수경 기자: 박종철씨 유족 남영동 위령제 경찰이 불허 (2001-01-07)
https://www.mk.co.kr/news/home/view/2001/01/4604/
부산일보: 유족들 남영동 대공분실 ‘숨진곳 추모행사’ 계획, 박종철위령제 무산 (2000-01-08)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010108000539
박종철씨 대공분실 위령제 허용(종합) (2001-01-10)
https://www.mk.co.kr/news/home/view/2001/01/7601/
“이젠 조금이나마 편히 보낼수 있을 것 같구나” (2001-01-1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30062
오마이뉴스: 14년만의 남영동 대공분실 위령제 (2001-01-1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30056